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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 존재의 자취

저작시기 2018.02 |등록일 2018.02.04 한글파일한컴오피스 (hwp) | 5페이지 | 가격 1,400원 (30%↓) 2,000원

목차

없음

본문내용

소녀는 축축한 장판 위에서 잠을 깼다. 밤사이 비가 내렸고, 구석에서 습기를 이기지 못한 지붕이 이슬을 쉼 없이 밀어 떨어뜨렸다. 소녀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몸서리치며 제 발치에 나동그라져있는 얄팍한 이불에 손을 뻗어 와락 움켜쥐었다. 그것은 마치 구겨진 종이처럼 보였는데, 겉면의 원단이 어느 한곳 할 것 없이 헤져 누더기 같은 모습에 먼지가 찌든 모양인지 탁하고 퀴퀴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따뜻하진 않지만 무언가를 붙잡고 있다는 감각이 소녀의 마음을 안도하게 했다. 거친 천 쪼가리가 물기를 머금어 예민해진 피부에 맞닿아 부산스럽게 쓸려나갔지만 소녀는 애써 눈을 감았다. 잠은 다시 오지 않았지만 그저 그렇게 있었다. 삼사 평 남짓한 공간에서의 고요함은 그녀로 하여금 조금 전에 꾸었던 꿈을 곱씹도록 독촉했다. 그곳에서 소녀는 커다란 문 앞에 서있었다. 참을 수 없는 침묵에 경기하듯 문을 잡아 있는 힘껏 바깥으로 밀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소녀는 문고리를 손에 놓으며 아마 바깥이 밝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 날의 아침의 문은 고요했다.
소녀는 다시 자는 것을 포기하고 몸에 이불을 두른 채 일어났다. 허벅지로부터 엉기는 한기가 기분 나쁠 만큼 꿈틀거렸다. 찢어져 모난 장판을 피해 발을 옮겨 문 앞에 서자 심장이 거북함으로 들어찼다. 바깥에는 분명 아무도 없으리라. 그녀는 그것이 무언가 닥치기 직전의 고요함이라고 느꼈다. 상상은 소녀에게 옅은 공포감을 주었지만 무엇이 되었든 이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마음을 다잡고 숨을 한 번 머금은 채 발을 디뎌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슬며시 문을 열자 그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온다. 아침이다. 빛들이 앞 다투어 자신의 앞으로 내리 쬐는 것을 본 소녀는 소름이 돋으며 온 몸을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오는 것만 같은 불쾌감이었다.

그래서,
눈을 감은 채 문을 거칠게 밀어 젖히고 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삐거덕거리는 마룻바닥의 소음이 마치 온몸으로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이 들려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목울대가 말라버린 속살을 핥자 타들어가듯 갈증이 났다.

참고 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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