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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을 읽고...

저작시기 2009.08 |등록일 2010.04.17 한글파일한글 (hwp) | 3페이지 | 가격 1,500원

목차

없음

본문내용

거품처럼 하얗게, 내 머릿속에서 뿌옇게…….무진의 햇살처럼 따뜻한 고향의 안락. 무진의 안개처럼 모자이크된 어린 꿈, 그리고 나…….
나는 무진으로 여행을 떠난다. 왠지 짧지 않은 기행문을 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무진’이 상징하는 고향이라는 공간은 나에게 환몽과 벗어나고픈 ‘탈출’의 욕망 그리고 ‘금의환향(錦衣還鄕)’의 꿈을 키워준 곳이다. 어린 시절의 철없는 무책임이 있고, 앞날에 대한 어두운 암시가 있는 곳이다.
무진의 짙은 안개처럼 나의 미래는 짙은 안개로 흐리기만 했고, 그래서 나는 그곳을 무작정 떠나려 했다. 수음(手淫)후의 허무감과 죄책감처럼 고향은 나에게 허탈하게만 다가왔다. 그렇게 나의 고향은 안개나루, 무진 속으로 점점 흐려져 간다.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타향, 서울. 그곳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여 더욱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고향, 무진. 그곳에는 나른하고 축축한 안개가 있다.
안개 속을 헤매는 ‘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타향 서울도, 그렇다고 고향 무진도 아닌 곳. 우유 빛으로 물든 안개의 세계. 젖줄처럼 이어진 향수의 세상. 그러나 안개는 현실의 강렬한 태양빛에 걷히고 만다. 경쟁이 구조화된 수직, 직각의 현실세계. ‘현실’이다. 꿈같은 안개 속을 헤매다가도 취업, 취직 따위의 현실에 맞설 때면 현실감각을 발휘하여 안개를 스스로 걷어내고 현실에 ‘충실’해진다. 그리고 경쟁이 끝나면 또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 허우적댄다.
그렇다면, 고향은? 나의 고향은 나에게는 더욱 타향 같은 곳이다. 그 곳에는 이렇다 할 추억도 없으며, 딱히 ‘나’라고 말할 존재도 없다. 그곳에는 단지, 평범한 5학년 3반 11번 초등학생이 놀고 있고, 까까머리 2학년 7반의 7번 중학생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뿐이며, 남들 하듯 대학에 들어간 개성 없는 3학년 3반 13번의 고등학생이 있을 뿐이다. 숫자로 표현되는 나. 나의 이름이 없다. 그래서 나의 존재도 없다. 오직 안개 같은 경쟁과 포장지 같은 대학의 허울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나마 고향에는 꽃반지와 법당 앞 산딸기, 누나의 착한 마음씨 따위의 어설픈 추억만이 잠깐의 기억으로 겨우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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