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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이청준-눈길

등록일 2003.12.05 한글파일한글 (hwp) | 14페이지 | 가격 500원

소개글

이청준의 작품 '눈길'입니다. 단편소설이어서 읽기에 부담없을거에요. 감상잘하세요^^

목차

없음

본문내용

"내일 아침 올라가야겠어요."
점심상을 물러나 앉으면서 나는 마침내 입속에서 별러 오던 소리를 내뱉어 버렸다.
노인과 아내가 동시에 밥숟가락을 멈추며 나의 얼굴을 멀거니 건너다본다.
"내일 아침 올라가다니. 이참에도 또 그렇게 쉽게?"
노인은 결국 숟가락을 상위로 내려놓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친걸음이었다. 어차피 일이 그렇게 될 바엔 말이 나온 김에 매듭을 분명히 지어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예, 내일 아침에 올라가야겠어요. 방학을 얻어 온 학생 팔자도 아닌데, 남들 일할 때 저라고 이렇게 한가할 수가 있나요. 급하게 맡아 놓은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요."
"그래도 한 며칠 쉬어 가지 않고 난 해필 이런 더운 때를 골라 왔길래 이참에는 며칠 좀 쉬어 갈 줄 알았더니....."
"제가 무슨 더운 때 추운 때를 가려 살 여유나 있습니까."
"그래도 그 먼길을 이렇게 단걸음에 되돌아가기야 하겄냐. 넌 항상 한 동자로만 왔다가 선걸음에 새벽길을 나서곤 하더라마는.....이번에는 너 혼자도 아니고.....하룻밤이나 차분히 좀 쉬어 가도록 하거라."
"오늘 하루는 쉬었지 않아요. 하루를 쉬어도 제 일은 사흘을 버리는 걸요. 찻길이 훨씬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기선 아직도 서울이 천리 길이라 오는데 하루 가는데 하루......"
"급한 일은 우선 좀 마무리를 지어 놓고 오지 않구선......"
노인 대신 이번에는 아내 쪽에서 나를 원망스럽게 건너다보았다.
그건 물론 나의 주변머리를 탓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게 그처럼 급한 일이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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